나는 프로게이머 인가 아니면 엔터테이너 인가
2020년 현재, 리그 오브 레전드를 제외하고는 인터넷 게임 방송을 설명하기 어렵다. ‘인싸겜’ 이라는 말이 있다. 신조어이므로 사전적 정의는 없으나, 나름대로 정리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어느 사회 구성원들 사이에서 누구나 알고 있는 인지도를 가지고 있고, 플레이 접근성도 좋은 대중적 게임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물론 게임 자체도 재미있어야 한다. 이 기나긴 게임사 속에서 여태껏 망한 게임 모두가 재미 없는 건 아니었지만, 재미 없는 게임은 여지없이 모두 망했다. 현재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게임의 레벨에 있어서 최상위층에 위치한 게임이 바로 리그 오브 레전드이며, 보통 누군가가 특정한 종목을 얘기하지 않고 ‘게임 방송을 시작하겠다’ 라고 얘기한다면 그것 자체가 리그 오브 레전드 방송을 할 것임을 의미한다.
이러한 측면으로 인해 리그 오브 레전드를 스트리밍한다는 것은 여러 가지 난점을 가지고 있다. 레드 오션 중의 레드 오션이다. 인터넷 방송사를 가리지 않고 (트위치, 아프리카 등.) 리그 오브 레전드가 최상위 뷰어수를 확보하고 있으며 (오로지 믹서만이 이 광풍에서 한 발짝 벗어나서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게임 방송을 한다는 사람 중엔, 잠깐 쉬어가는 시간으로라도 리그 오브 레전드 방송을 해 보지 않은 사람은 드물다.
다시 말해 리그 오브 레전드 방송을 할 경우, 시청자들이 당신의 방송을 보러 올 확률은 극히 낮다는 뜻이다.
그럼 어떻게 하여야 남들이 내 방송을 보게 할 수 있을까? 게임을 스트리밍하는 방식엔 여러 가지가 있다. 여기서는 기술적인 측면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방송 컨텐츠적인 측면에 대하여 짚고 넘어가고자 한다. 어떤 부류의 리그 오브 레전드 방송은 굳이 시청자수를 늘리려고 방송 외적으로 노력하지 않아도, 타 스트리밍과 비교하여 엄청난 수의 시청자를 확보하는 경우가 있다.
사람들은 그들의 플레이를 조금이라도 더 보고 싶어하며, 자신이 게임을 할 때에도 그들을 최대한 따라하려고 하고, 그들처럼 게임하기를 바란다. 그들은 그들의 플레이 그 자체로 사람들을 매료시키며, 그들은 게임 플레이 자체로 이 사회에서 가치를 창출해낼 수 있다는 것을 여러 차례 증명하였으며, 그들은 누구보다도 이 게임을 효율적으로 하는 방법을 알고 있고, 그것을 실제로 실천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재능을 가지고 있으나, 그 재능을 빛내기 위해 재능 이상의 노력을 한 사람들이다.
사람들은 그들을 일컬어 ‘프로게이머’ 라고 부른다.
조금 예전부터 리그 오브 레전드를 지켜봐 오던 사람이라면 CJ 엔투스의 매드라이프, 블레이즈의 앰비션, 그 이후로 보기 시작한 사람이라면 SKT T1의 페이커, Gen.g의 룰러 등, 굳이 이름들을 줄줄이 외지 않아도 우리는 그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2020년 2월 현재 페이커의 트위치 계정 팔로워 수는 220만을 넘어가며, 이는 내가 알고 있는 다른 모든 트위치 스트리머의 팔로워 수를 합친 것보다 많다. 프로게이머가 되는 것은 내 방송을 살리기 위한 효과적인 길처럼 보인다. 허나 내 스트리밍의 규모를 키우기 위해서 프로게이머가 되겠다는 것은, 굳이 그들처럼 게임을 하는 데에 필요한 능력과 거기에 따르는 고생을 줄줄이 늘어놓지 않아도, 그리 효율적인 일은 아니라는 것은 알 수 있다.
당신은 매드라이프처럼 블리츠크랭크를 플레이하고, 앰비션처럼 자르반 4세를 플레이하고, 페이커처럼 르블랑을 플레이할 자신이 있는가? 만일 그렇게 할 수 없다면, 그렇게 될 수 있을 때까지 시간과 노력을 얼마나 들여야 할까? 조금만 생각해도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일인 것이다.
그렇다면 게임 방송계에서 소위 ‘흥한 방송’ 들은 모두 프로게이머들일까? 이것 또한 조금만 생각해봐도 아니라는 답이 나오는 질문이다. 절대 그렇지 않다. 그럼 이 프로게이머들의 반대편에선 어떤 개성있는 스트리머들이 균형을 이루고 있을까?
게임 방송에도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잘 하는 사람들은 저 하늘의 별처럼 너무나도 많다. 이 ‘뻔한’ 길을 택하지 않고도 게이밍을 통해 여러 사람을 즐겁게 할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는 자들, 자신의 개성을 찾아낸 사람들, 세간에선 그들을 ‘엔터테이너’ 라고 부른다. 엔터테이너가 되는 방법에 대해서 논하기는 어렵다.
좀 억지스러운 답변으로 보이지만 소위 이런 말이 있다. 일단 ‘되면 된다’. 궤도에 올라가기까지의 방법은 사람마다 다 다르다. 스트리머 자신의 매력일 수도 있고, 어이없는 게임 플레이 방법일 수도 있고 (게임을 너무나도 못하는 방송도 나름대로 매력이 있다. 단, 정말로, 너무나도 못해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그냥 단순히 인맥일 수도 있고, 여기 전부 설명하기엔 지면이 부족할 정도로 다양한 방법이 있다.
조금 옛날 얘기이긴 하지만 리그 오브 레전드 엔터테이닝 방송의 예시로는 더 전설적이었던 스트리머들이 존재했다. 그들은 게임을 잘 하는 것도 아니었고 말솜씨가 뛰어난 것도 아니었다. 그들의 티모와 노틸러스는 정상 궤에서 한참 벗어난 플레이로, 보는 사람들을 폭소에 빠트렸다. 게임 안의 플레이어들이야 괴로울 지 몰라도 멀리서 보면 코미디인 것인데, 어차피 인터넷 방송이야 모두 원격으로 시청하니까 자연스럽게 꽤 괜찮은 코미디가 연출되는 것이었다.
게임의 장르가 다양한 것처럼, 게임 방송의 장르도 충분히 다양할 수 있다. 자신에게 어떤 길이 맞는 것인지, 내가 하고 싶은 방향과 내가 할 수 있는 방향이 일치하는지에 대해 충분히 고민하여 보고, 내 방송의 방향성을 잡는 것이 바람직한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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