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방송의 인기 게임 트렌드
공업용 게임?
다양한 종류의 게임 스트리밍 속에서 현재 인터넷 방송계의 일부로 자리 잡은 게임 장르가 있다.
2017년 출시된 ‘Getting Over It with Bennett Foddy’, 일명 ‘항아리 게임’이라고 불리는 게임은 게임 스트리밍 계에 혁신을 불어넣었다. 이 게임이 가지는 여러 가지 특성은 게임 방송계에 필요한 여러 가지 요소를 확실히 충족 시켜 줄 수 있는 게임이었기 때문이다.
이 게임은 항아리 안에 들어 있는 사람이 손에 쥔 망치를 온갖 장애물의 턱에 걸어서 위로 점프를 진행하면서 정상까지 등반에 성공하는 것이 목적으로써, 마우스 방위를 사용하는 기묘한 조작방식과 영 좋지 않은 조작감, 불친절한 충돌 크기 판정 등으로 인하여 보통 공을 들이지 않고서는 클리어를 완수할 수 없게 제작되었다. 이 게임이 가지는 이런 무지막지한 난이도 그 자체가 곧바로 인터넷 방송계에서는 강점을 가진다. 게임에 숙달되고 클리어를 완료하기 위해서는 일정 시간 이상의 플레이 타임이 필요하므로, 역으로 스트리머에게는 그 진행 시간 동안의 콘텐츠 분량이 확보되는 것이다. 아무나 게임을 섣불리 플레이하지 않게 하기 위해 제작자가 일부러 설정한 난이도가 오히려 인터넷 방송계에선 장점이 된 셈이다.
단순히 어려운 것뿐만이 아니라, 게임이 가지는 몇 가지 특색 또한 스트리밍에 있어서 이상적인 장점이 되었다. ‘항아리 게임’은 진행 중 단 한 번의 실수로 인해 진행 처음으로 돌아갈 수 있는 것이 특징으로, 이로 인해 플레이어에게 극단적인 허무감과 분노를 유발하여, 스트리머가 해당 감정을 표출하는 장면을 시청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 이른바 ‘진텐(진짜 텐션)’이라고 불리는, 스트리머의 날것 감정을 있는 그대로 전달받고 싶어 하는 인터넷 방송 시청자의 특색 상 이러한 요소는 시청자들에게 대단히 흥미를 유발할 수 있으며, 타 장르 게임보다 좀 더 적극적인 도네이션 유발 등의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한 기본적으로 이런 게임들은 혼자서 진행하는 싱글 플레이 게임이기 때문에, 해당 게임을 소재로 인터넷 방송을 진행할 경우 주로 멀티플레이 게임에서 자주 발생하는 서버 문제나, 같이 게임을 진행할 수밖에 없는 타 플레이어 등 인터넷 방송 스트리머에게 치명적일 수 있는 방송사고 변수를 좀 더 안정적으로 차단하면서 콘텐츠를 창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크 소울(2011)’이 ‘소울라이크(soul-like)’ 게임이라는 새로운 장르명을 개발해 낸 것처럼, ‘Getting Over It with Bennett Foddy’의 상업적, 문화적 히트는 또 다른 문화를 탄생시켰다. 나는 이 자리를 빌려 해당 장르를 ‘공업용 게임’이라고 부르고 싶다. 극도로 높게 설정된 난이도를 통해 게임 외적인 콘텐츠 창출을 위한 산업용 게임으로 보이기까지 하는 이런 게임들은, 게임의 일반적인 용도인 여가와 휴식을 위해 출시된 것처럼 보이지 않으며 특히 특정 직업, 인터넷 방송 스트리머들을 겨냥해 출시된 게임으로 보이기까지 하기 때문이다. 최근 발매되는 블록버스터 게임들은 구매 후 보통 난이도에서 열 시간 정도 플레이를 한다면 엔딩을 볼 수 있게 발매되는데, 이런 추세에 정면으로 역행하는 이런 ‘공업용 게임’들은 인터넷 방송 스트리머들에게 또 다른 과제가 됨과 동시에 시청자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Getting Over It with Bennett Foddy’ 히트 이후에 포스트 항아리 게임을 표방하며 발매된 게임은 ‘Golfing Over It with Alva Majo(2018)’, 통칭 ‘골프 게임’이었다. 이 게임의 주인공은 점프를 할 수 있는 골프공으로써, 역시 마찬가지로 산 정상에 올라가 홀에 공을 넣으면 승리하게 된다. 항아리 게임을 의식했는지 약간 순해진(?) 난이도를 가지고 있는 게임이었지만, 만만찮은 난이도를 가지고 있었다.
이후 공업용 게임은 다양한 시도를 진행하게 되는데, 스웨덴에서 2019년 발매된 ‘Jump King’은 여태까지의 공업용 게임과는 다른 노선을 선택해 차별화를 꾀했다. 매우 아름답고 세밀하게 처리된 픽셀 아트를 통한 그래픽과 이런 그래픽에 어울리는 고전 점프 플랫폼 게임을 방불케 하는 이동과 점프 입력 처리, 오래 듣고 있어도 질리지 않는 BGM을 통하여, 이용자의 향수를 자극하면서, 자연스럽게 플레이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는 해당 장르가 가지는 피로감을 덜어내, 상업적 성공을 거뒀다.
어떠한 난이도로 게임을 내도 결국 스트리머들이 등반에 성공하다 보니 아예 작정하고 클리어하지 말라는 듯한 뉘앙스를 가진 게임도 발매되었는데, 현재 해당 장르에서 가장 난도가 높기로 유명한 게임은 ‘Pogostuck: Rage With Your Friends(2019)’일 것이다. 이 게임은 스카이콩콩을 통해 등반을 진행하는데, 평소에 찾아보기조차 힘든 이동 방식을 채택한 이 게임의 난이도는 보통 어려운 것이 아니다. 최근 업데이트된 2번 맵은 항아리 게임과 점프 킹을 클리어한 여러 스트리머들이 포기할 정도로 악명이 높은 게임이다. 게다가 이 게임은 인터넷 방송 스트리머를 위한 다른 요소를 추가하였는데, 바로 멀티플레이 서버를 오픈하여, 타인, 즉 타 스트리머들의 진행 과정을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있다는 점이다. 플레이어끼리는 서로 간 간섭이 불가능하고 소통도 감정 표현 정도로 제한되므로 진행 중 방송사고가 일어날 염려도 없다. 속칭 ‘동종업계 종사자’들이 스카이콩콩을 타고 서로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는 모습은 보기만 해도 즐겁고 우습다.
현재 여러 공업용 게임이 여러 인터넷 방송에서 소재로 채택되고 있으나, 공업용 게임이 단순히 스트리머의 감정 표출을 보여주기 위한 모습으로만 방송용 소재로 인기를 끌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분명 자극적인 것을 좋아하는 시청자들도 많지만, 이러한 방송을 주로 보는 인터넷 방송의 시청자 대부분이 남이 고통받는 것을 보고자 하는 사디스트감성이 있어서 이런 장르의 게임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이런 게임을 소재로 선택한 스트리머라면, 궁극적으로 시청자들이 보고 싶어 하는 것은 스트리머의 고통받는 모습이 아니라(물론 해당 측면을 간과할 순 없다), 스트리머가 무엇인가에 맞서 도전하는 그 자체, 포기하지 않는 모습이라는 걸 알아야 한다. 다시 말하자면, 이런 장르의 게임에 도전했다가 클리어를 포기하는 선언은 시청자들의 허탈감을 유발하여 장기적으로 방송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일단 시작하기 전에는 각오를 굳혀야 하고, 시작했으면 깨야 한다.
마치 공업용 게임을 진행하는 것처럼, 인터넷 방송을 진행하다 보면 스트리머는 수많은 난관을 겪게 된다. 곤경에 빠진 스트리머가 방송을 중지하게 되는 요소는 개인적 차이와 환경에 따라 너무나도 다양하여 다 설명하긴 힘들지만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는 것 하나가 있다. 성공한 방송의 공통점 중 하나는 스트리머가 절대 포기하지 않고, 자신이 설정한 목표나 시청자가 설정한 목표를 완수하였다는 것이다. 이러한 공업용 게임이 스트리머들에게 새로이 넘어가야 할 산, 넘어야 할 목표를 제공한 것은 수많은 방송 콘텐츠 도전 예시 중의 하나이다.
아직 우리는 정복해야 할 게임이 많고, 우리의 탐험은 끝나지 않았다. 그동안 세상엔 여러 좋지 않은 일이 있었으나,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아직도 엄청나게 많으며 이루어야 할 과업 또한 많다. 무슨 일이 있어도 포기하지 않고 아름답게 도전하는 당신의 방송이 성공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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