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방송 도중 일어날 수 있는 실수 5 가지
불과 3, 4년 전만 해도 인터넷 방송을 한다고 하면 참 멀게만 느껴졌다. 직접 시청하는 것이야 그냥 티비를 보는 것과 다를 바 없지만, 내가 직접 방송을 한다면 얘기가 달랐다. 해야 할 것과 알아야 할 것들이 참 많았다.
당시엔 송출 플랫폼도 몇 개 없었고 자료를 구하기도 힘들었으며, 내가 따라갈 수 있게 미리 발자국을 남겨 둔 ‘표본’의 개수도 부족했다 (어떤 것이든 간에, 예나 지금이나 가장 손쉽게 뭔가를 설정하는 방법은 남이 해 놓은 그대로 따라 하는 것이다).
허나 2019년 현재는 플랫폼 선택의 폭이 넓으며, 이미 대중에 잘 알려진 엑스플릿 혹은 엑스스플릿 이라 불리는 송출 프로그램 대다수는 한글화가 되었고, 큰 회사나 기업이 아닌 이상 일반인들도 비용 부담없이 사용할 수 있는 엑스플릿의 무료화 프로그램 도 존재하며, 다양한 방송 소재들이 도처에 널려 있다. 지금 인터넷 방송은 누구든 어디 있는지 아는 광장과도 같지만, 아무도 밟지 않은 미개척지이기도 하다.
이제는 누구나 무엇에 관해서든 스트리밍을 시도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고, 그만큼이나 다양한 사건 사고가 일어나고 있다. 하룻밤 자고 나면 일어나보면 밤새 일어난 수많은 사건 사고를 따라잡기도 힘들 정도이다.
사람은 누구나 하고 싶은 것을 할 자유가 있다. 하지만 내가 하고 싶어서 시작한 인터넷 방송이 내 삶을 불행하게 하는 요소가 되어서는 안 된다. 여기서는 그런 사태를 방지하고자 인터넷 방송 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유형의 실수들을 크게 다섯 가지로 정리해 보았다.
첫째로, 라이브 캠과 마이크의 관리를 소홀히 하는 것이다.
사격술 전문가 제프 쿠퍼가 제창한 네 가지 안전 수칙 중 첫 번째는 ‘모든 총은 장전된 것으로 간주하라’이다. 인터넷 방송에도 충분히 적용할 수 있는 원리원칙이다. 캠과 마이크가 그 정도로 파괴적이지는 않을지 몰라도, 충분히 그와 흡사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모 인터넷 방송국에서 대회 진행 도중, 성인 게임을 송출한 사고같이 민망한 예는 얼마든지 존재한다.
기억하라. 인터넷 방송에서 저지른 실수는 평생 남는다. 단순히 방송 프로그램을 종료하는 것만으로 그치지 않고, 방송 종료 시 캠과 마이크에 천 재질의 덮개를 씌우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평소에 컴퓨터를 잘 관리해 불필요한 팝업이 뜨지 않게 하여, 개인적인 정보가 송출되지 않게 해야 한다. 모든 직종에서 보안은 필수적 요소이다.
두 번째로, 아무런 계획과 원칙 없이 일상생활을 지속하는 것이다.
인터넷 방송은 일종의 자택 근무로 분류할 수 있다. 방송인 개개인은 자신의 스케줄과 콘텐츠 내용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다. 즉 매우 나태해지기 쉬운 환경이라는 것이다.
스트리머의 매력은 인터넷 방송의 중요한 콘텐츠가 되기도 한다. 나태한 생활을 지속할 경우 스트리머 스스로 경쟁력을 상실할 수 있는 위험이 있다. 이건 다섯 가지 실수 유형 중 가장 소소해 보일지 모르나, 방송인의 삶에 가장 큰 피해를 줄 가능성이 있으며 실제로 빈번히 발생한다. 자취하는 방송인 가구 중, 찬장 속에 술병만 가득한 집이 상당히 많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삶에 대해 최소한의 원칙을 세우고 지켜나가며 사는 자세가 필요하다. ‘몇 시에는 반드시 방송을 켠다’ 같은 원칙을 계속 지킬 수 있으면 그게 최고이긴 하나, 거창하게 시작할 필요는 없다. ‘남의 집 현관에 들어갈 때 신발을 가지런히 놓고 들어간다’ 같은 작고 소소한 것부터 시작해보는 것도 좋다. 중요한 건 원칙을 세우고 지키는 것이다.
트위치의 어떤 스트리머는 어려운 난이도 게임 클리어를 청부받아 방송을 진행하는데, 그는 게임이 아무리 어렵고 장기간을 요하는 난이도일지라도 전체 방송 과정 중에 공략을 절대 보지 않는다고 한다.
세 번째로, 방송을 진행하면서 새로운 이벤트를 시도하지 않는 것이다.
방송인 스스로가 타성에 젖어 언제나 늘 하던 콘텐츠만 선보일 경우, 방송은 더 성장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했던 대로 해서 안 된다면 다른 방법을 찾아봐야 하는 것이다. 그러지 않고서 방송이 성장하지 않는다고 불평하는 사람도 많다.
물론 다른 것을 시도해서 손해를 볼 가능성도 있으나, 그렇다고 하여 평생 계속 똑같은 콘텐츠만 진행할 수는 없다. 한국에서 위세를 떨치던 양대 스타크래프트 리그도 지금은 없어진 지 오래다. 플랫폼 자체가 없어질 가능성도 물론 상존한다. 결국 끊임없이 무언가를 탐색하고, 선보여야 한다. 영원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네 번째로, 새로운 이벤트를 시도할 시 리허설을 하지 않는 것이다.
인터넷 방송은 통제 불가능한 요소가 상당히 많으며, 이는 인터넷 방송 시청자들에게 매력적인 요소이기도 하다. 인터넷 방송 중에도 기술적 문제든, 인사 관련 문제든 간에 사건 사고는 항상 일어난다. 블리즈컨 2019년엔, 디아블로 4의 트레일러 공개 도중 송출이 중단되는 방송사고가 일어나기도 했다. 특히 중요한 콘텐츠를 앞뒀다면 예상 불안 요소와 그에 대한 대비 방안을 미리 마련 하고 진행하여야 한다.
작게는 마이크 볼륨 설정 문제, 채팅창의 트롤러부터 크게는 장비의 기술적 결함, 기상 악화까지 항상 다양한 사태가 발생한다. 모든 변인을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미리 사전에 일어날 가능성이 큰 몇 가지의 리스트를 정리하여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미리 마인드맵을 세우는 것이 좋다.
다섯 번째는 타인에게 불친절하고 진실하지 않은 것이다.
인터넷 방송 수익은 나와 나의 컨텐츠를 상품으로 내세워 판매할 때 발생한다. 이 직종은 연예 산업임과 동시에 일종의 자영업이다. 무형의 재화를 거래하기 때문에, 좋은 이미지는 필수다.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누구의 도움이 필요할지 모르는 법이다. 사람을 사귈 때 폐쇄적, 부정적으로 다가가는 것은 대단히 좋지 않다.
당연히 세상 사람 모두의 비위를 전부 맞추는 것은 불가능하다. 정 힘들다면 최소한 나한테 도움을 준 사람, 나에게 도움을 줄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나, 나와 같은 분야에서 활동할 사람들에게 명확한 이유 없이 먼저 손해를 입히는 행동은 절대로 해선 안 된다. 나중에 내가 어떠한 아쉬운 상황에 처할 지 모르기 때문이다.
팃포탯이라는 상호작용 전략이 있다. 내용은 간단하다. 기본적으로는 상대에게 협력하며, 상대가 협력하면 나도 협력하고, 상대가 배반하면 나도 배반한다. 현재까지 수많은 그 어떠한 상호작용 전략도 티포탯만큼 성공적이지 못했고, 현재 거의 모든 인문적, 자연적 환경에서 우리가 발견할 수 있는 상호작용 원리이다.
방송에서 진실하지 않은 것 또한 같은 범주에서 생각할 수 있다. 잠깐의 이득 때문에 거짓말을 할 수는 있으나, 나 혼자 떠올린 거짓말은 시청자와 관계자 수백 명이 정황을 맞춰 서로 추론해보는 진실보다 정교할 수 없다. 인정할 수 있는 것은 인정하고 넘어가는 게 오히려 장기적으로 더욱 손해가 적다.
매일 다양한 사람들이 인터넷 방송을 시도하고, 또 그만큼이나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 방송을 그만둔다. 사람마다 각기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개인마다 다르다. 이 글에서 예시로 든 다섯 가지 실수도 와 닿지 않을 수도 있고, 자신의 일 같이 여겨질 수도 있다.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을 하든 중심과 기준을 세우고, 그 기준에 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새로운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다. 당신이 그것을 할 수 있을지 없을지, 그것을 알 수 있는 건 당신밖에 없다. 그 대답을 대신해 주는 것은 누구도 불가능하다.
중요한 건 일단 해 보는 것이다.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