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하는 콘텐츠의 흐름과 기회
세상 모든 분야에는 ‘유행’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사전적 의미의 ‘유행’이란 ‘특정한 행동 양식이나 사상 따위가 일시적으로 많은 사람의 추종을 받아서 널리 퍼지거나, 그런 사회적 동조 현상이나 경향’을 의미하며, 이는 방송계 또한 예외가 아니다. 이미 우리는 요리, 육아, 뉴트로, 외국인에게 한국문화 소개, 트로트 같은 수많은 방송 유행의 예시를 알고 있다. 유행은 왜 발생하는 것일까?
유행은 어떠한 것에 대한 특정 양식을 타 주체가 비슷하게 재현하는 것으로 이루어지는 활동, 즉 어떠한 객체에 대한 주체의 ‘모방’을 필요로 한다. 이 모방은 우리 인간에게 있어 일종의 본능이기도 하다. 이 험난한 자연환경 속에서 연약한 인류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서로 협동하여 사회를 구성하는 것이 필수 조건이었는데, 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학습’과 ‘교육’이 필요하였기 때문이다.
좀 더 쉽게 풀어서 말하자면, 다른 개체가 어떤 생존 활동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것을 관측했을 때, 내가 그것을 똑같이 따라 할 수 있다면 좀 더 살아남을 확률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인류는 어느 열매가 더 영양가가 높고 섭취하기 편한지, 어느 지역이 더 거주하기 안전한지에 대한 정보를 다른 선배 개체를 통해 배웠기 때문에 살아남을 수 있었다.
이와 같은 과정을 거쳐 사회 구성원들이 비슷한 지식을 가지게 되면 자연스럽게 표방하는 가치 또한 비슷해진다. 우리가 유행(즉 다른 말로 하면, 다른 사회구성원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에 영향받는 것과 사회에서 일탈로 간주하는 행위를 볼 때 무의식적으로 눈살이 찌푸려지는 것은 저 먼 선조 들 때부터 내려온 인류의 본능이다.
당연히 인터넷 방송계에도 유행이 존재한다. 하스스톤이 막 발매되었을 때는 하스스톤, 2020년 8월 현재는 가짜사나이, 폴 가이즈, 어몽어스와 같은 콘텐츠가 우리의 시청각을 지배하고 있다. 소비자와 생산자, 소비자와 소비자, 생산자와 생산자 간 모두 긴밀하게 네트워크로 연결된 인터넷 방송의 특성상 현재 우리가 소비하고 있는 인터넷 방송 중에서 유행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 채널을 찾기란 매우 힘들 것이다.
이런 ‘대세 콘텐츠’에 편승하여 방송 콘텐츠를 기획할 경우 여러 장점이 있다. 대세 콘텐츠는 보통 이미 누가 시도하여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 검증된 기획이므로, 해당 기획에 대해 투자해야 할 기회비용이 줄어든다. 굳이 모르는 길을 선택하여 맨땅에 헤딩을 할 이유는 없지 않은가? 그리고 대세 콘텐츠의 경우 해당 콘텐츠를 진행하는 동료 방송인들이 상대적으로 다른 분야에 비해 많을 것이므로, 방송 간 교류를 더욱 확대할 수 있고, 신규 시청자를 늘릴 수도 있다.
단점으로는 대세 콘텐츠를 기획할 경우 개개인 방송에 대한 차별화가 힘들어질 수 있다는 점이 있다. 이미 나보다 폴 가이즈를 훨씬 잘하는 다른 스트리머가 있는데 굳이 그 시청자들이 내 방송을 보러 오진 않을 것이다. 이럴 경우 시청자들이 내 방송을 보러 올 수 있게 할 다른 동기를 만들어야 한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면 내가 폴 가이즈 15연승을 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겠지만, 폴 가이즈 인형 탈을 입고 플레이를 할 수는 있을 것이다.
또한, 대세 콘텐츠 자체가 내 원래 방송 성향이나 스트리머 개인의 취향과 맞지 않을 수도 있다. 평소에 군대 문화라면 극도로 거부감을 보이던 스트리머가 있다고 가정하자. 이 사람이 ‘가짜 사나이 2기’에 지원 영상을 올린다고 가정하면 상당히 이상해 보일 것이다. 혹은 별로 하기 싫은 방송 콘텐츠를 스트리머가 억지로 진행할 경우, 시청자들은 이런 콘텐츠를 속된 말로 ‘숙제’라고 한다. 평소 진행하던 콘텐츠와 거리가 먼 콘텐츠를 단순히 흥행을 위해 실행한다면, 자연스럽게 방송 자체의 품질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유행을 따르는 것은 일반적으로 안전한 선택으로 간주하나, 유행을 따라 콘텐츠를 기획할 시 유행이라는 것은 언젠가 끝난다는 것을 생각해 두어야 한다. 유행을 반영하여 콘텐츠를 기획하던 스트리머가 새로운 유행을 파악하지 못하고 기존 콘텐츠에 집착할 경우나, 유행하던 콘텐츠 자체에 논란 등 더 해당 콘텐츠로 방송을 진행하기 어려울 정도의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할 경우, 방송의 질과 폭 모두 더 성장하지 못할 것이다.
방송 규모가 큰 스트리머일 경우 유행하는 대세 콘텐츠에 탑승하는 것은 선택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 시청자들은 현재 유행하는 분야에 대해 스트리머를 시험하고 싶어 하며, 내가 사랑하는 스트리머가 다른 자들과 비교하여 얼마나 버틸 수 있나를 보고 싶어 하며, 스트리밍을 직업으로 선택한 사람이라면 언제나 이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반대로 방송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을 경우 이런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는 측면이 있으며, 보통 취미로 진행되는 이런 스트리밍은 대세 콘텐츠에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다.
대세 콘텐츠에 탑승하지 않고, 내 원래 주제로 계속 방송을 진행할 경우엔 내가 익숙한 주제로 큰 기복 없이 계속 방송을 진행할 수 있다. 허나 이럴 경우 기존 관계자 이외에 새로운 교류가 힘들어 방송 풀을 넓히기가 힘들다는 단점이 있다. 또는 돌고 도는 방송계 유행이 내가 평소에 진행하던 콘텐츠 방향으로 돌아설 경우엔 선점 효과를 가지고 커다란 이득을 취하는 것을 기대할 수도 있다. 보통 그런 일은 잘 일어나지 않지만….
현재 유행하는 콘텐츠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굳이 무리해서 유행에 편승할 필요는 없다는 것을 꼭 알아두어야만 한다. 인터넷 방송은 단기적 승부로 인한 결과를 내기 대단히 힘든 분야이다. 어느 콘텐츠를 기획하건 간에 ‘꾸준함’을 가지는 것이야말로 방송을 성장시킬 수 있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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